큰 세력을 형성한 자들을 경계하라.
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무리에는 모두 일곱 종류가 있다.
첫째, 임금의 친척
둘째, 관직이 높은 집안
셋째, 임금이 있는 궁궐을 지키는 군대
넷째, 임금과 가까운 신하
다섯째, 지방의 세력가
여섯째, 간사한 지방 관청의 직원
일곱째, 떠돌아다니는 폭력배다.
대체로 이 분야에 속하는 족속들을 규제하고, 억압해서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사람은 자기보다 강한 자의 두려움을 없앤 뒤라야, 홀아비와 과부를 업신여기지 않을 수 있다. 위의 일곱 종류의 사람들의 횡포를 막는 것이, 어질고 너그러운 정책을 펼쳐 나가는 중요한 방법이다.
지방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자가 위세를 부리는 것은, 힘없는 백성들이 볼 때는 포악한 호랑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늑대를 없애고, 양을 지키는 사람을 목자라고 한다. 또한 사나운 젊은이들이 자기들 마음 내키는 대로 성질을 부리며, 백성들의 재물을 폭력으로 빼앗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는 곧바로 금지시켜야 한다. 이것을 당장 금지시키지 못한다면, 그들은 큰 난동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돈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것 역시, 반드시 엄금해야 할 일이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요소를 제거하라.
도둑이 늘어나는 것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윗사람들의 행동이 문란해, 백성들이 따를 본보기가 없고, 중간에서는 상관의 명령을 받들지 않으며, 백성들은 법을 겁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도둑을 없애려고 노력해도, 불가능한 것이다.
윗사람의 행동에 본보기가 없다는 것은, 직책이 높은 관리들의 욕심 많고 지저분한 행위가, 백성들의 모범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간에서 명령을 받들지 않는다는 것은, 도둑을 잡는 관직에 있는 자들이 도둑과 내통하고 있다는 뜻이다.
백성들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둑의 우두머리가 마을 백성 가운데 있다는 의미이다. 도둑들은 그 자를 우두머리로 삼아 서로 공모하여 숨거나 장물의 흔적을 없애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그것들을 매매하곤 한다. 형편이 이러하니 그들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도둑이 줄어들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는 것이다.
모범을 먼저 보여라
부하를 규제하는 기본 바탕은 상관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 상관의 생각과 행동이 바르고 부하들의 모범이 된다면, 굳이 명령하거나 독촉하지 않아도 큰 무리 없이 일이 해결된다. 하지만 상관의 생각과 행동이 바르지 못하면, 비록 지시를 하고 여러 번 독촉하더라도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안녕을 해치고 괴롭히는 등 온갖 폐단을 발생시키고, 악랄하고 간사한 수법을 쓰는 부하들의 계략에 넘어갈 수 있다. 부하들이 악행과 권모술수를 부리는 것을 모르고, 바른 행정을 이끄는 것은 불가능 하다. 따라서 그들을 규제하려면, 스스로가 먼저 공명정대하고 청렴결백한 몸가짐을 보여준 뒤라야 가능하다.
자신이 부정부패를 일삼으면서, 부하들을 규제할 수는 없다. 제아무리 추상같이 호령하고, 엄격하게 통제하여 중벌을 내린다 하더라도, 근원이 이미 흐려져 있는데, 지류가 맑을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일이다.
섣불리 아는 체하거나 나서지 마라.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하거나, 물 흐르듯 술술 서류에 결재하는 것은 이미 부하의 계략에 속고 있다는 증거다. 문관은 젊어서 시나 글을 익히고, 무관은 활쏘기 정도나 익히는 것이 상례다. 그 밖에 배우는 것이라곤 도박을 한다거나 기생을 데리고 노는 일, 술 마시는 것 정도가 전부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무 쓸모가 없는 것들이다.
활쏘기를 익히면 전쟁이 났을 때 실제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백성들이 잘 살도록 보살피는 실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
이처럼 편안하게 지내던 관리가 어느 날 갑자기 천 리 밖의 먼 지방에 나가서 많은 부하들과 백성들을 위해 평소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을 맡게 된다고 가정해 보자. 일이 서툴러 하는 일마다 문제가 생길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러한 관리들일수록, 높은 위치에 있는 자신이, 일에 서툴다는 것은 수치라고 생각하므로, 모르면서도 굳이 아는 체하게 된다. 결재할 내용에 대해서는 타당한 이유도 묻지 않고 척척 도장을 찍는다. 바로 이러한 생각이나 행동이, 간사한 부하들의 흉계에 빠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며, 결국 점점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자신이 모르는 것은 당연히 캐묻고 따져야 한다. 일이 그렇게 된 근거와 경로는 물론, 결과를 이해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한 뒤에 일을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예의를 잘 지키면, 응분의 대가가 주어진다.
예의를 정중하게 지킴으로써 부하들의 질서를 세우는 한편, 정으로 그들을 대우해야 한다. 이렇게 한 뒤에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법으로 처리하도록 조치한다.
상관이 예의를 다해 대우하면, 그들도 상관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으므로, 당연히 질서가 확립될 것이다. 또한 온정을 가지고 대하면 그들은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곧 심복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상하 간 질서가 회복되고 부하들이 심복이 된다면, 일부러 명령하지 않아도 저절로 좋은 정치를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는 부하가 있다면, 그때는 정해진 법률에 따라 엄벌을 내림으로써 잘못을 뉘우치게 해야 한다. 항상 그렇게 한다면 그들은 은연중에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게 될 것이므로 충분한 효과를 거두게 된다.
하지만 부하들을 함부로 대하면, 그들의 마음은 원한과 분노로 가득 차 상관을 업신여기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명령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눈과 귀를 속이는 일만 늘어날 것이다.
임천 군수로 부임된 한 사내가 부하들을 살펴보니, 성격이나 행동이 교활하고 포악했다. 그는 한 부하의 죄가 적발되자, 법조문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벌을 내렸다. 그 후부터는 백성들이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부하들이 자신을 두려워하자, 그 기회에 새로운 기풍을 확립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부하들 중에 효성이 지극하기로 이름난 두 사람을 불러, 술과 고기로 융숭한 대접을 하면서,
“너희들은 효성이 지극한 사람들이다. 효심이 깊으면 책임감도 강한 법!, 그러니 앞으로도 반드시 정성을 다해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나를 속이지 말 것이며, 사소한 잘못을 저질러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두 사람이 크게 감격해 더욱더 일을 열심히 할 것을 다짐하고, 맡은 임무에 정성을 다하여 언제나 솔선수범하였다.
또한 백성들이 대접을 하려 해도 그들이 물리쳤으며, 집으로 몰래 선물을 갖다 놓아도, 보낸 사람을 반드시 찾아 되돌려 주었다. 이러한 일이 계속되자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는 일이 저절로 없어졌다고 한다.
노는 것을 즐겨 하면 실망을 안겨 준다.
관리들이 모여 잔치를 벌여 즐기는 일은 백성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경계하여, 그들이 노는 데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라. 관리가 기생들을 데리고 앉아 술을 마시는 것은, 원래 법에 저촉되는 행위이다. 그런데 요즘엔 관찰사라는 자가 주색에 빠져, 기생을 불러 노래하고 춤을 추니, 백성들이 그들을 원망하고 미워한다.
더군다나 부하들이 주색에 빠지면, 그 해독은 백성들에게 미칠 수밖에 없고, 그 원망은 관찰사가 받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부하들이 주색에 빠지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
잘못은 제일 높은 자에게 추궁하라.
관찰사가 부임한 지 두어 달이 지나면, 부하들의 이력서를 책상 위에 두고 살펴봐야 한다. 이력서에는 부하들의 성명, 취임 연월일, 현재 직책은 언제부터 맡았는가에 대한 것들이 기록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10년, 또는 20년 동안 그들이 살아온 자세한 삶의 이력도 적혀 있어야 한다.
이처럼 이력서만 살펴보고도, 부하들의 능력과 성격, 일에 임하는 태도 등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효과적으로 정책을 펼칠 수 있다. 또한 부하들이 흉계를 꾸며 나쁜짓을 하는 경우에는, 그 중에 제일 높은자가 주모자가 되기 마련이다. 그들의 간사한 계략을 방지하려면, 부하 가운데 제일 우두머리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어야 한다. 그들의 흉계를 적발하는 것, 역시 우두머리를 붙잡아서 심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장기나 바둑을 둘 시간이 나도록 하라.
공자의 제자 복자천이 선보 지방을 다스리게 되었다. 그곳에는 그가 스승으로 섬기는 사람도 있었고, 친구로 사귀는 사람도 있었으며,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가 거문고나 타면서 관청에 나오지 않아도 선보는 잘 다스려졌다.
같은 공자의 제자였던 무마기도 선보를 다스리게 되었다. 그는 아침 일찍 관청에 나와 저녁 늦도록 일을 했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행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마기가 복자천에게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더니, 나는 정사를 사람에게 맡겼고, 그대는 자신의 노력에 맡겼기 때문이다. 노력에 맡기면 고되고, 사람에게 맡기면 편한 것이다. 라고 웃으며 대답했다고 한다.
만일 직책에 맞는 적임자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자리나 지킬 수 있는 사람에게 여러 가지 일을 맡겨서는 안된다. 정치를 잘하는 수령 밑에서 일하는 부하들은 한가한 시간을 주체할 수가 없어 장기나 바둑으로 소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가 지나면 하나 둘 그만둔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져야 비로소 현명한 수령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조그만 실수는 눈감아 주어라.
조그만 실수나 작은 흠은 더러운 것을 몰래 감추듯 덮어 두어야 한다. 시시콜콜 빈틈없이 밝혀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있다가 이따금 간사한 행위를 적발하여 아주 엄하게 벌을 주어야 백성들이 권력자를 두려워하고 따를 것이다.
제일 높은 수령이 부하들이나 백성들의 한 두가지 숨겨진 실수를 듣고는, 큰 기회나 잡은 것처럼 낱낱이 적발하여 폭로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자기가 세상 모든 일을 폭넓게 안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자는 자신이 덕이 없음을 공포하는 것과 같다.
부하나 백성의 큰 잘못은 반드시 적발해 벌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작은 실수는 내버려 두기도 하고, 일부러 모르는 척하기도 해야 한다. 또는 아무도 모르게 본인을 불러 순한 말로 부드럽게 타일러 스스로 반성하도록 유도함으로서 새로운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방종에 빠지지 않은 정도로 관대하게 나무라되 엄중하면서도 가혹하게 하지 않고, 온화한 정과 덕으로 감복하고 기뻐하게 만드는 것이 아랫사람들을 통송하는 지혜이다. 연못 속의 물고기를 들여다보듯 투시하듯 살펴서 죄에 맞지도 않는 가혹한 형별을 시행하는 것이 어찌 어진 행동이겠는가!. 참을 수 있으면 또 참고 경계할 수 있으면 또 경계하라. 참지 않고 경계하지 않으면 작은 일이 큰 일이 된다.
지나치게 충성스러운 측근을 조심하라.
가까운 주변 인물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충성스러운 마음에서 정중하게 하는 말 갖지만, 그들의 말에는 언제나 사사로운 뜻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령이 치밀하고 강직하여 부하에게 일을 완전히 맡기지 않으면, 지인들은 자신들에게 일을 맡기라고 완곡하게 간청한다. 그런데도 수령이 듣지 않으면 반드시 그가 앉아 있는 곳 가까이 와서 저희들끼리 논평하는 척하므로, 그 말이 은연중에 수령의 귀에 들어가게 한다.
그들의 잔꾀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들이 아무런 사심 없이 한 말이라고 믿는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계략에 빠지고 말 것이다. 아랫사람들이 저희들끼리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척하다가 그들 중 한 사람이 짐짓 나무라는 체하며 말을 중지시키는 것은 수려으이 귀에 흘러들어 가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 수령을 속이는 방법은 천가지, 만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일을 처리하면 비록 많은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덕망이 높은 군자라고 할 수 있다.
잘한 일은 반드시 칭찬하라
부하들이 한 일은 반드시 그 공적을 치밀하게 조사하고, 여러 가지 면을 헤아려 생각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공적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전력을 다해 일하지 않는다.
고려시대 때 관리들은 그들의 취임 연월일 순서를 따지고, 그들의 공적과 안일함의 정도를 나누는 것은 물론 공적과 과실을 살펴 능력이 있고 없음을 빠짐없이 기재했다. 그러고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그들의 승진과 파면의 시안을 만들어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이처럼 고려시대에는 관리들의 공적을 치하하는 제도가 있었다.
대체로 사람을 다루는 방법은 상과 벌의 두가지가 있을 뿐이다. 공로가 있는데 상이 없으면 백성들은 열정을 다해 일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죄가 있어도 처벌하지 않으면 그들은 수령을 우습게 볼 것이다. 관리들이 전력을 다해 일하지 않고도 책망을 받지 않는다면 백성들의 마음은 어느덧 사방으로 흩어지고 모든 일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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